전시 소개여기 묻힌 이름 없는 존재들은 창가에 밀린 먼지처럼 사라진 자리에서 저 자신을 드러낸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무엇을 남기고 간 걸까? 묘지 앞에 선 사람들은 자기 발아래에 묻힌 것들의 정체를 누군가가 파헤쳐 주기 전까지 영원히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구덩이를 파헤쳐 보는 행위는 여기 세 사람의 작업 방식과 닮았다. 이들은 저마다의 손끝으로 사라진 자리를 더듬어 이름 없는 것들을 그려낸다.빛나는 화면들은 쉴 새 없이 납작한 입체를 제공하고, 화면 속부피감은 더 이상 믿음직스럽지 않다. 이유진은 세 번째 눈이 보내온 감각들을 실제 공간에 꺼내오는 방식에 집중한다. 화면 속 사물들은 다른 무게를 가지고 공간에 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그리기 방식에 ‘시 쓰기’라는 이름을 붙여 원본과 다른 맥락의 화면을 구사하고 있다.강다영은 재난적 상황을 기반으로 하여 환상적인 색감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 이미지들은 개인의 트라우마에서 출발한 것으로, 주로 재난 상황의 폭발하고 붕괴하는 풍경을 통해 드러낸다. 작품에서 보이는 풍경은 폭력과 붕괴를 암시함에도 불구하고, 몰이해 상태에서는 환상적인 풍경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뉴미디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차갑게 외면되는 일상 속 재난을 반성적 태도로 그려내는 동시에, 소외의 시선을 통해 그 공포를 역설적인 아름다움으로 그려내고 있다.이유리는 언제든 사라져버리기 쉬운 존재들에 애정을 담아 그들을 향한 슬픔의 감각을 그린다.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자라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찰나를 붙잡아둔 자리이자, 영원할 수 없는 것들을 애도하는 풍경이다. 이로써 캔버스 평면 위는 사물, 공간이 존재하는 방식을 감각한 대로 드러내는 일종의 안전지대가 된다.전시 작가: 이유진. 강다영, 이유리전시 제목: 무명의 묘지관람 기간: 22.07.27 - 22.08.07/ 1-7PM / 월화 휴관 / 전시 마지막날 8월 07일 1-4PM전시 장소: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