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구멍 난 낭독 ≫ 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경험하게 된 시간의 구멍을 은유적 화법으로 드러낸 전시이다. 여기서의 구멍은 겉으로 발화되지 못한 개인의 고통과 침묵을 의미한다. 전시는 덜어진 신체의 부위와 그로 인해 축소된 범위를 인식하며 생겨났던 무력감, 좌절감 등을 다루어 냈던 시간을 배경으로 한 회화와 조각으로 구성된다. 아픈 자신과 관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단상들은 문득 어린 시절에 썼던 짧은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비롯되었다. <비록 새의 날개는 부러져도, 가족의 사랑은 떨어지지 않아요.> 이 시에서 등장하는 부러진 새의 형상에 현재의 자신을 투사하게 되었으며, 날 수 없게 된 새와 달릴 수 없게 된 말은 <뛰는 새, 나는 말>(2022)과 같이 표현되었다. 이처럼 주어진 고통까지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작업 곳곳에 단편적인 형태로 배치되었다. 결함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면을 보게 하지만 그것을 통해 더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게 만든 지점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김은혜는 그간 타자의 신체와 정신의 크고 작은 문화적 외상으로 빚어지는 장면을 주목하며 무력한 대상들을 작업으로 승화했을 때 창작자로서의 기쁨을 느꼈다.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선은 가까운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예외였다.그러나 몸을 사용할수록 통증을 동반하는 일상들을 마주하며 곧 ‘개인’이라는 존재를 더 생생히 느끼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건강하지 않은 자신과 외부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했다. 이 시간은 ‘개인’ 과 ‘신체’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 안에 하나의 구체적 보편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였다.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 여기면서도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던 경험은 각기 다른 고통의 모양일지라도 서로의 닮은 면을 찾을 수 있고, 그 면을 만났을 때 위안과 같은 상태를 느낄 수 있음을 발견했다. 결국 이 전시는 개인의 고통, 결함, 결핍 등을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실험과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더는 건강하지 못한 몸과 정신을 감춰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 나 자신과 사회를 기대한다. 다만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 결함으로 인해 나라는 현존, 그 자체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야금야금 빼앗기게 두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구멍 난 낭독 ≫은 보통의 일상에 대한 좌절을 겪은 한 사람의 서사를 보여준다. 이전의 구멍 난 문장을 읽어 내려갈 때처럼 삶의 아픈 단면이 어떤 익숙한 것으로만 완성되지 않게 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제는 각자가 감춰진 것을 허무는 방식에 대해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전시작가: 김은혜전시 제목:'구멍 난 낭독’관람 기간: 22.04.20-22.05.01 /1-7pm , 전시 마지막날 5월1일 1-4pm, 월화 휴관전시 장소: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04-32, 지하 1) @www_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