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늘 투쟁한다. 때로는 격렬하기도, 섬세하기도 한 몸짓 뒤편에는 매번 생채기가 남기 마련이다. 그 흔적들이 볼썽사나울 때도 있지만 이것이 쌓여 각자의 처세술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증거이자 보상인- 생존과 도태의 부산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수집된다. <커미션 일지>는 우리가 삶을 지속하기에 쌓여가는 조각들의 출처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본래 커미션이란 대가를 지불하고 일의 처리나 제작 따위를 의뢰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문을 넣는다는 것인데, 이 두 사람에게 커미션을 넣는 발신자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커미션들의 목적과 의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상태를 반영한, 그저 나로 살아있기 위해 증명해야만 하는 일종의 기록물인 셈이다. 오윤의 이미지 속 파란 천막지와 방수포는 그가 즐겨 사용하는 하나의 메타포로 등장한다. 얇지만 촘촘히 연대한 파란 면적들은 그 실루엣만으로도 어떠한 존재의 등장을 예고하거나 은폐시키며 하나의 무대 또는 마술쇼의 소재로서 소비된다. 대단하지도 않은 것을 주목하라는 듯 조명으로 통제하고, 힘찬 폭포를 흉내 내듯 흘러내리고 찢긴 방수포는 피상적인 자연을 대변하며 무대 위 장치들로 연출된다. 인위적이지만 기시적인, 일종의 기믹을 가미한 오윤의 풍경은 초라한 것들을 연극무대 위로 끌고 가고 싶은 그의 태도, 관조의 대상으로서 그들의 쓸쓸함을 음미하며 회피하지 않겠다는 삶의 방식을 드러낸다. 또 다른 이는 밀려올 주문들에 다짐하기라도 하듯 악착스럽게 버티는 것들을 상상한다. 들깨는 자연과 공생하는 구조물들을 되려 비효율적인 형태로 합체시켜 익숙하면서도 낯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의 상상 속 등장물들은 서로의 장력으로 변형되면서도 의지하며 다가올 시련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엉뚱하고 과해 보일지라도 곧장 살아가 주길 바라는 ‘보호’라는 마음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애틋하기도 초연해 보이기도 한다. 팽팽한 입장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찾고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들을 마주하고자 하는, 혹은 그렇게 살아보고자 하는 소망의 흔적이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떤 전지적 존재가 우리의 삶 전체를 통달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매일 마주하는 환경으로부터 작용 받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반작용한다. 이 시간 속에서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떨구어진다. 자신의 주변을 극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을 가진 채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주문을 처리하는 두 사람의 흔적을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한, 우리는 삶이 선사하는 새로운 커미션을 스스로 처리해야한다. 전시작가: 들깨, 오윤전시 제목: <커미션 일지>관람 기간: 22.01.19-22.01.30 /1-7pm , 전시 마지막날 1월30일 1-4pm, 월화 휴관전시 장소: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04-32, 지하 1) @www_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