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살아있다는 생존보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봤다. 우리는 어느새 가해자의 과거, 성격, 개인서사에는 집중하지만 그에 희생된 피해자의 생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5세부터시작된 아동성폭행과 성인 후 3차례의 성폭행 생존자이다. 피해자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있다는 생존보고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존재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자신의 죄가 아님에도 숨어야 하는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수면으로 드러내어 알려야 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나도 혼자가아니다. 고통속에서 힘들어 하는 것도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이다. 철학가인 한나 아렌트는 ‘사유’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유의 끝은 결국 이 세상과 자신의 연결,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것이라 느낀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인생의 어떤 국면을 통해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느낀 후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다. 생존자로서의 나의 고통과 괴로움, 불안감, 초조함 등은 물론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도 존재한다. 사건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불안을 이겨내는 것이다. 피해자는 ‘-한 것이 피해자답다’라는 것이 사회적 프레임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어린 시절의 사건을 자각한 이후 살아오며 편안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불안했고 초조했다. 그 고통받고 불안했던 내면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이 감정들은 생존자로서 느끼는 사실적 감정이기 때문이다.뱀으로 표상되는 ‘나’ 자신과 가해자의 본명을 드러내는 ‘선인장’, 누군가를 특정짓지 않기 위한 검정으로 그려진 인물의 얼굴들은 나의 경험을 말하면서도 상상력을 통해 어느 누구나 대입할 수 있게 공간을 배치했다. 검정색 펜을 통해 그려진 그림은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 컬러를 제한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 한 선택이다. 살아가며 한 번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위로의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느 누구에게나 도움을 청하고 그것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홀로서기도 해내고 고통 속에서 괴롭더라도 삶을 이어가서 결국에는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고통속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의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그림이 되고 싶다.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준다면, 그래서 주변의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준다면 좋겠다. 결국 그림들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고 나도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라는 것,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을 염원한다. 그래서 어느 누구의 생명도 흘려지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를 바란다. 전시작가 : 박희현전시 제목 :<Not Alone>관람 기간 : 20.09.16-20.09.27 / 1-7pm 월, 화 휴관출품작 : 드로잉전시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04-32, 지하1) @www__space‼️마스크 미착용 입장이 불가합니다.‼️미열 또는 감기증상이 있으신분들 방문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