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실을 도피하고는 한다. 나도 그들 중 한사람이었고, 그 현실도피 방법은 그림이었다.하지만 현실회피성 그림을 그려내면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마주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지쳤고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꿈”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꿈은 의식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에 위치해있다. 그 세계는 일상으로부터 해방되어있기도 하고 또는 고립되어있기도 하다. 그렇게 꿈은 나에게 이상향이자 환상이다. 자각몽을 꾸며, 자신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깨어난 직후에도 꾸었던 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내게 있어서 꿈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인 만큼 그 형상은 깨어난 직후에 곧 사라져 버린다. 꿈의 단편들로 사람들은 흔히 꿈을 완벽한 비현실의 세계라고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꿈에서도 존재하는 한 가지 현실이 바로 감정체험이다. 꿈에서 울다가 잠이 깼을 때 실제로 눈물을 흘리거나, 꿈에서 극도로 화가 났다가 잠이 깼을 때 실제로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어느 날, 그냥 넘어 갈 수도 있었던 평소와는 다르게 남아있는 꿈의 감정체험을 경험했고, 그 남아있는 감정을 곱씹어 보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 꿈들을 그리워 하기 시작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오로지 아쉬운 감정만 남겨준 것이 나에게는 백일몽 이었다.남아있는 감정체험이 꿈을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나는 꾸었던 꿈의 흔적을 하나의 그림일기처럼 기록해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보여준다. 나의 작업시간은 대부분 잠에서 깨자마자 시작된다. 꿈과 감정의 잔상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화판위에 직접 물감을 짠 뒤 손가락으로 섞기도 하고 모양을 내가면서 초안 작업을 한다. 초안 작업 이후, 꿈을 꾸고 남아있는 감정을 짧게 메모를 한 뒤 후에, 메모한 단어에 맞는 색감과 재료들을 선택해 초벌작업 위에 작업을 진행한다. 대부분은 붓이 아닌 손가락을 사용하며, 이는 희미하게 남아있는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함이다. 필요에 따라서 나무젓기락 이나 솜, 송곳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꿈들은 억압된 욕망을 은밀하게 실현시킨다.꿈은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한 다발의 꽃다발과도 같다고 한다. 이 꽃, 저 꽃 모두 현란해 보이지만, 단 한 가지 목적 ‘소망충족’에 기여한다고 하니, 초벌작업을 진행할 때 무의식적으로 셀렉한 물감의 색감들이 꿈꾸었던 백일몽이자 내가 원하는 소망이 아닐까전시작가 : 한희원전시 제목 :'Dream_diary'관람 기간 : 20.08.25-20.08.30 / 1-7pm출품작 : 페인팅전시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04-32, 지하1) @www__space‼️마스크 미착용 입장이 불가합니다.‼️미열 또는 감기증상이 있으신분들 방문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