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로 딩 중 . . . 인 세계의 불/완전함매일같이 강을 건너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감할 것이지만, 지하철이 한강을 지날 때면 멀쩡하던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기 시작한다. 나는 알뜰폰 요금제를 쓰기에 주로 와이파이에 의존하는데, 청담역에서 자양역, 합정역에서 당산역을 지날 때면 데이터를 켜도 어김없이 SNS 속 이미지가 네모나게 갈라지곤 한다. 애호하는 모 아이돌의 4K 화질 사진이 타임라인에 넘쳐흐른다는데 정작 강을 건너는 그 시간 동안만은 도저히 선명하게 볼 수가 없다. 일론 머스크는 계속해서 이 앱에 그다지 쓸모가 없는 업데이트를 하고 개중에는 대화형 및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그록(Grok)도 있지만 이 친절한 친구조차 물살을 건너가는 그 시간 동안은 무력할 따름이다. 이미지에게는 마치 황천으로 가는 길에 있다는 삼도천(三途川)이나 다름없을지도!이쯤에서 사잇공간에 대해 얘기해 보자.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질 때 우리는 통상적으로 아무런 균열 없이 매끈하다고 믿는 디지털 세계에서 의외의 물리적 취약함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는 길어봤자 찰나기에 우리는 그 순간을 곱씹지 않고 잠깐의 답답함으로 치부하며 잊어버리고는 한다. 하지만 이전에 누군가가 얘기한 빈곤한 이미지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숨어 있고, 마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저승사자처럼 난데없이 급습할 때가 있다. 수많은 데이터센터의 열기와 화재들로 증명되는 이러한 불안정성에서 고개를 돌리는 우리의 일상은 피할 수 없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모른 체하며 시시포스의 돌을 굴려 올려보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때때로, 흘러내리는 것을 멈추어보려는 행위는 이 취약함을 지연시켜 볼 수도 있다. 그러한 시도는 엑토플라즘(ectoplasm)처럼 점성 있는 곡선의 얼굴들로 일시정지하게 될지도, 각지고 갈라진 모습으로 비물질의 물질성을 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완벽한’ 존재가 되기 직전을 박제시킨 이미지들은 숨을 쉬며 우리에게 균열의 이세계(異世界)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김지연의 회화는 현실과 기억의 중간지대를 갈라 캔버스 위에 펼쳐놓는다. 그는 뇌리에 묻혀 있던 장면을 꺼내 여러 번 곱씹으며 되짚는데, 이 과정에서 형상은 되풀이된 상상의 요소들이 덧대어져 부풀고 왜곡되며 과장된 형태로 나타난다. 물감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미끄러트렸을 때, 장면은 재현된 이미지로 복원되기보다 번짐과 누락이 뒤섞인 불완전한 형상으로 출현한다. 이때 세부는 사라지지만 정서적 강도는 더욱 강화되고, 남은 자국들은 특정한 상황보다는 특수한 감정에 가까워진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라 여겼던 것이 소멸하지 않고 현재의 감각 속에서 불완전하게 귀환하는 과정은 조금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김지연의 붓질은 오히려 그 불안정한 경계를 스스로 붙잡고자 한다. 꼬마 유령 캐스퍼(Casper)를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몸들은 익숙한 공간에 머물듯이 눌러앉으며 잔여가 반드시 여기 있음을 알린다. 몸짓과 표정이 비대해진 이 옹골진 유령은 세계들 간의 베일이 얼마나 얇은지 일러주는 동행자 같은 것이기도 하다.장동린의 회화와 입체에 나타나는 얼굴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놀리듯 (때로 귀엽게) 받아친다. 그는 이미지가 로딩되는 찰나에 엿보이는 저해상도 이미지를 미완성의 상태로 보지만, 이 미완성이란 잊히고 말 노이즈가 아니라 치열한 경합에 더 가깝다. 여기서 작가의 작업은 아날로그(analog)의 사전적 의미—물질이나 시스템 등의 상태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물리량(物理量)으로 나타내는 것, 즉 끊김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와 통상적 용법—구식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 간의 긴장감을 영락없이 드러낸다. 좌표 밖의 지점 404에 있어도 초기 인터넷 시대의 미감을 두르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고전이 된 게임 캐릭터들은 디지털 세계의 산물이지만 저해상도 이미지로 나타남으로써 후자로서의 아날로그적 용법을 능동적으로 획득한다. 작가는 여기에 까끌거리는 질감을 추가적으로 보충함으로써 디지털과 아날로그, 과거와 지금 사이의 이 모호한 긴장에 적극적으로 힘을 불어넣는다. 이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조금은 바보 같은 캐릭터의 표정 뒤로 죽 이어지는 물감의 자국이거나, 시멘트를 연상시키는 거무튀튀한 색감과 대비되게 한없이 가벼운 필라멘트의 무게다. 이처럼 끊김과 끊김 없음 간의 경합은 디지털의 매끄러움이 흔히 가리고 있는 틈새의 문턱을 두드린다.형체에 덧대어진 해맑은 표정들에서 무엇인가를 읽어내야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환의 타이밍에 대한 고찰이겠다. 이곳은 이미지가 완전히 정착되기 전의 단계일까, 혹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일까? 어쩌면 둘 다인 것은 아닐까? 하나는 기억의 왜곡을, 다른 하나는 기술의 오류를 통과하지만,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모두 매끈한 표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불완전성이 침투하는 순간이다. 이 틈 또한 무한한 시공간이기에 우리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혹시 모른다. 어쩌면 화면에 이미지가 뜨기(load)를 기다리는 찰나가 곧 이어질 폭주의 카운트다운일지도 . . . .글: 이은서김지연, 장동린LOADING26.08.19- 26.08.30Wed-Sun 12:00-19:00Mon,Tues Closed26.08.30 LAST DAY 12:00-16:00WWW SPACE 2 @wwwspace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