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아, 조윤정 'HOME(s)CAM'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완전무결한 판타지의 공간.반복되는 유머,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음악. 형식이 선전이 될 수 있을까. ≪HOME(s)CAM≫은 시트콤의 세트장을 전시장 안에 소환한다. 이곳에서 관객은 단순한 시청자가 아니라 참여자이다. JEJO(고제아, 조윤정)는 홈드라마 장르가 생산하는 가족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상적인 모델의 형태가 리플레이되며 구축한 허구적 정상성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이 세계는 배제를 통해 이루어진 세계이다. 시트콤(situation comedy)은 일상적 상황의 반복을 통해 문제들을 소거해 나가며 현상을 성찰하지 못하게 한다. 삶의 균열을 유머로 희석하며 하나의 울타리를 안정된 모델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가족으로 맺어진 유대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웃음은 과거로부터 길어낸 공허한 대안이다. 테이블을 중심에 두고 자리한 인물들을 제외한 밖의 세계는 언제나 외부로 남는다. 다양한 형태의 개인과 공동체는 제거되거나 희화화되며 손쉽게 소외된다. 시트콤의 친밀한 웃음은 이를 은폐하는 장치이다. 가족이나 집단의 변화는 해체를 비추는 듯 하지만 이내 내부적인 방식으로 해결된다. 밖의 것으로 일어난 일탈과 비윤리는 집단의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시트콤은 서사 속에서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여기서 우리는 친밀함으로 포장된 통제의 시스템을 내제화하고 내가 속하지 않은 가정과 동화되어 내가 앉은 소파에서 스크린 너머의 식탁으로 이동한다. 한편 시트콤은 지금 종말을 맞이했다. 우리는 과거의 에피소드로만 되돌아간다. 그러나 그 회귀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당시 코미디가 다루던 문제적 상황과 균열을 유머로 치환해버리는 기묘한 안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트콤이라는 통제 아래 우리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기로 한다. 그러나 이 웃음은 더 이상 현재의 맥락에서는 유효하지 않다. 발전적 내러티브의 불안정과 안정, 분열과 위기를 반복하는 닫힌 상황의 재친숙화는 지루하다. 반복은 지루함을 낳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코미디의 실패가 드러난다. 웃음은 그 자체로 실패했지만 바로 그 실패 덕분에 새로운 잔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HOME(s)CAM≫은 바로 이 지점—실패한 코미디가 남긴 흔적—에 주목한다. 닫힌 서사 속에서 영생을 얻는 가족, 분열과 위기를 반복하며 끝내 화합에 도달하는 집단은 더 이상 현재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 웃음을 소비하며 내면화한다. 웃음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통제권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¹이자, 동시에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이다. 웃음이 우리를 안심시키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세계의 공모자가 된다. ¹ 피터 맥그로우, 조엘 위너, 『The Humor Code』, Simon & Schuster, 2014. 고제아는 가족 서사에 침투한 ‘괴물’을 통해, 가족주의와 매체의 관계를 말한다. 작업 속 괴물은 단순히 외부에서 침입한 타자가 아니다. 그것은 정상성의 환영이 억눌러온 파괴와 보호의 모순된 욕망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다. 시트콤은 모든 갈등이 결국 화합으로 귀결되는 파괴가 부재한 세계이다. 그러나 괴물은 내부에서 생겨난 균열이자 가족 판타지의 그림자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같은 구조를 반복하며 결코 늙지 않고, 세계를 부수지도, 완전히 떠나지도 못한다. 이 고정된 구조 속에서 그는 가족이라는 안전한 이름 아래 길들여진다. 반복은 단순한 억압의 장치가 아니라 소비함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고 믿게 하는 환영인 것이다. 고제아의 이미지와 물질은 이러한 억눌린 충동이 흘러나오는 순간을 이야기한다. 파괴와 보호가 분리되지 않은 채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충돌로서, 괴물은 가족주의와 도시 파괴의 모티브를 동시에 품는다. 파괴의 안전과 친밀함으로 포장된 세계가 은폐하는 불안과 균열을 드러내며. 조윤정은 시트콤의 규칙 아래 적층된 형상들을 되짚으며, 코미디의 양면성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웃음은 전복을 가장하지만 위장된 공모적 웃음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세 가지 시트콤에서 출발하여, 퀴어, 여성, 노인과 같은 존재가 전형화와 이탈을 반복하며 웃음과 결합되는 방식을 이와 동일하게 그리기와 가려내기의 방식을 통해 비춘다. 타자화를 반복하지만 이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만들어지는 ‘노인’ 캐릭터 자체를 시트콤의 본질로 비유하며, 그 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한 노인을 마주한다. 자신이 그를 ‘아이 다루듯’ 했던 행동을 코미디 장르 속에서 손쉽게 퇴행하는 노인의 모습과 교차시키며, 스스로가 경시했던 조부의 욕망이 자신에게 귀결되었음을 깨닫는다. 조윤정의 회화와 조각은 이렇게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순간들을 다룬다. 조롱과 고백의 행위를 왕복하며, 아이가 되는 노인은 스스로를 비춘다. 악인도 선인도 아닌 모습으로. 고제아, 조윤정HOME(s)CAM25.09.24 - 25.10.05Wed-Sun 13:00 - 19:00(Mon-Tues Closed)25.10.05 LAST DAY 13:00-16:00WWW SPACE 1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B1B1, 37, Mangwon-ro 6-gil, Mapo-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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