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인공지능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인간의 일상에 실체화되어 나타나는 현재의 상황을 인문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술이 만들어낸 ‘자아’와 그 경계를 탐색하고자 하는 철학적 의도에서 출발한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은 도구의 개념을 넘어서 판단과 예측, 감정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으며,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만의 고유한 창조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은 이제 단순한 주체가 아닌, 알고리즘 속에서 형성된 수많은 선택지의 일부로 존재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정체성과 판단은 더 이상 우리 자신의 것이라 말하기 어려운 국면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본 전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충돌이 만들어낸 경계에서의 정서적 경험을 추적하며,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를 묻는다.『Kokytus』는 단순히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상 자아와의 공존이 불가피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인간으로서의 윤리적·정서적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관객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Kokytus’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의 사후세계에서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다섯 개의 지하세계 강 중에서 2번째 강인 통곡의 강을 의미하며, 본 전시는 그 강을 건너는 첫 걸음으로서, 기술과 인간의 사이에 놓인 심리적 경계를 지각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관객은 이 경계 위에 서서 무기력과 수용, 저항과 연민의 감정을 오가게 되며, 결국 그것이 곧 오늘날 인간 존재가 경험하는 실존의 한 단면임을 깨닫게 된다.『Kokytus』는 인간의 자아가 점차 비물질화되고, AI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재구성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 우리는 매일같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점점 더 많은 선택과 판단을 데이터에 위임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간은 도구의 주체가 아닌, 시스템 내부의 일부로서 흡수되며, 스스로의 존재와 정체성조차 외부에 의해 구성되어간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술이 감정과 사고의 영역을 잠식해 가는 순간들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작품은 DataVerse라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혼란, 공존, 경계라는 세 개의 감정적 흐름을 공간화한다. 혼란의 공간에서는 인간과 AI의 외형적 구분이 사라진 시대의 혼란을, 공존의 방에서는 과거의 매체와 현대 기술이 혼재하는 시공간을, 경계의 공간에서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무력하게 잠식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이는 단순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감각적 재현이다. 전시는 관객이 익숙하고 편리하게 받아들인 기술의 이면에 놓인 불확실성과 윤리적 모호성을 스스로 자각하게 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선 존재로서의 자신을 성찰하게 유도한다. 『Kokytus』는 그 경계에 대한 하나의 인식 실험이자, 이후 전개될 AI 연작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된다.최호정Kokytus: 사유되지 않는 판단들25.08.13 - 25.08.24Wed-Sun 13:00 - 19:00(Mon-Tues Closed)25.08.24 LAST DAY 13:00-16:00ＷＷＷ SPACE １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B1B1, 37, Mangwon-ro 6-gil, Mapo-gu, Seo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