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풍경은 선들의 의회다《Smudge Scenery-김민진, 신소진 2인전》(WWW SPACE 2, 2025.2.19. – 3.2.) 황혜주 (미술비평) 무수히 움직이는 선은 동적인 장면을 만들고 엮어낸다. 선들은 가까이 모여 표면을 만들어내고, 이 위에 그려진 선들은 또 다른 행로로 우리를 인도하는 통로가 된다. 이 사이를 교차하며 우리는 사건을 마주한다. 움직이는 일상의 점들 사이에서 생성된 우연과 필연 사이의 사건은 우리를 새로운 풍경의 틈으로 이끈다. ‘모호한 풍경’은 틈새에 위치한 선들을 엮어내는 시도이다. 매번 새로운 값이 나오는 주사위처럼 김민진과 신소진은 결코 직선이 될 수 없는 회화적 시공간을 그려낸다. 느슨한 선으로 구성된 세계는 수평적 뿌리와 같다. 본 전시는 회화라는 열려 있는 선을 따라가며 풍경들과 맞닿기를 제안한다. 김민진은 여러 개의 사건을 엮어내 독립적인 몸체로 만들어간다. 이 피부는 우리가 겪어온 장면들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장소이다. 관찰에서 출발한 일상의 이야기와 상상된 사건은 ‘풍경’이라는 선으로 이어진다. 선의 시작은 그가 “지나가던 강아지에게 이름 붙이기”로 부르는 방법이다. 이는 작가가 목격하고 경험한 상황을 기반으로 시간이 흐르며 당시의 감각이 변환되고 이름을 갖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사소한 날들의 파편적 점은 상념과 이야기가 덧붙여져 불분명한 시제로 작성된다. 본 방법은 작품의 제작 기법과도 이어진다. 김민진이 서술한 픽션으로 조립된 사진은 페인팅이 시작되기 이전 캔버스에 놓여있다. 이어 이미지 위에 그려지는 레이어들은 움직이는 하나의 순간이 된다. 김민진은 이야기와 이름을 덧붙여내는 방법처럼 명확하지 않은 선을 이어 그린다. 관람자들은 ‘부스러기’와 같은 힌트를 좇으며 새로운 풍경으로 향한다. 신소진의 풍경은 포탈(Portal)로서의 물자국을 타고 스며들며 이동하는 감각적 장소이다. 이는 “목화씨가 별처럼 박혀있는 광목천을 대지 삼아” 호흡하는 곳이다. 작가는 천이 붓질을 따라 젖으면 자국이 생겼다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통로가 열리고 닫히는 과정에 비유하며, 좌표 없는 선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몽환적 풍경을 그려낸다. 옅게 칠해져 중첩된 흔적은 미묘한 붓의 굴곡과 손의 세세한 움직임을 표면 위에 보전한다. 붓질이 촘촘히 스며들수록 장소성은 지워지고, 치밀히 그려낼수록 화면은 유연하게 보인다. 내밀한 무형의 공간은 완결된 정경이 아닌 행로로서의 장면이다. 그리며 지나온 길은 선이자 열린 풍경으로 완성된다. 이들이 그려낸 모호한 풍경은 선을 만들어내는 모든 움직임의 길이다. 작품에서 작품으로 이동하며 생성되는 시선의 경로는 장면들을 엮어낼 수 있는 또 다른 행로가 된다. ‘점으로 곧장 가지 않는(go straight to the point)’ 이들의 회화적 시공간은 열려있는 선 위에 함께 오르기를 제시한다. 김민진, 신소진Smudge Scenery25.02.19 - 25.03.02Wed-Sun 13:00-19:00Mon,Tues Closed25.03.02 LAST DAY 13:00-16:00WWW SPACE 2 @wwwspace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