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 톰보》 고추잠자리 일명 ‘아카 톰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치의 오차 없는 붉은색을 띤다. 이는 성숙한 개체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며 일말의 노란빛이나 균일하지 않은 색은 아직 완전한 성충이 아님을 의미한다. 흔히 성장을 한다는 것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로 삶이 채워지는 거라 여기지만, 아카 톰보는 오직 ‘붉은색’이라는 온전함을 택한다. 단 하나를 위해 모든 걸 버리는 과정을 두고 순탄치 않음에 대해 반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번 전시 《아카 톰보》는 두 명의 잠자리가 성숙을 향해가는 순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나이테가 그대로 남아있는 나무, 어디로부터 옮겨진 흙, 공장에서 태어나지 않은 재료에 최소한의 가공을 거쳐 만들어진 작업들은 의미론적 관점에서 평생 완성되지 못한다. 동물, 석양 등 자연이라는 외형만 가져왔을 뿐, 그 속에 담긴 동기와 동력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수행적이다. 이들의 작업은 풍경보다는 정경, 여행보다는 여정이라는 단어가 적합해 보인다. 조각, 회화, 드로잉 다양하게 사용된 매체들은 앞서 언급한 재료의 선택과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이제서야 배 한쪽이 붉어졌는데, 벌써부터 어느 영역으로 고착되기에 너무 이른 것이다. 어쩌면 붉은색 그 자체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붉음’을 쫓아가는 일련을 열망하는 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는 이들이 어디로 나아/날아갈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서로 날갯짓의 방향은 다르더라도 그 강도와 지구력은 믿어 봄 직하다. 과연 두 잠자리는 아카 톰보가 될 수 있을까? 글: 피로포스터디자인: 안연수김동비, 박근하아카 톰보25.01.01 - 25.01.12Wed-Sun 13:00-19:00Mon,Tues Closed25.01.12 LAST DAY 13:00-16:00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http://www.wwwspace.krhttp://www.instagram.com/www_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