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법> 첫 개인전 <사유지로부터>에서는 사유지(思惟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대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방법을 탐구했다. 이때는 상징적인 요소나 이미지를 옵티컬 아트 형식으로 숨겨 놓아 관람객들이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작품을 탐험하도록 유도하였다. 허나 이번 전시 <바라보는 법>에서는 대상을 숨기는 대신, 전면에 드러내어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대상을 찾는 행위에서 벗어나, 눈앞에 있는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탐구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구상이라는 표현 양식이 작업을 하는 나에게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나 설명적이고 때로는 강제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작업에서는 얇은 선을 겹겹이 쌓아 면이나 질감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각 선에 '자아'를 부여함으로써 화면이 더욱 생동감 있고 자유로워 보이게끔 표현하였다. 하여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대부분의 작품은 스케치 없이 시작되었다. 이는 마치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여정과도 같다. 목적지가 분명한 걸음은 오직 길이 되지만, 목적지가 없는 걸음은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발견하게 하곤 한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대화 혹은 풍경으로 바라보았다. 작품은 검은색과 흰색, 단 두 가지 색으로만 구성되었다. 검은색은 선을 형성하고, 흰색은 면을 형성하지만, 이는 단순한 채우기와 비우기가 아니다. 오히려 비움이 곧 채움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시도다.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는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이는 비움과 채움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첫 번째 선을 긋는 순간부터, 각 선은 마치 발자국처럼 쌓여가며 길을 만든다. 이 길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 있다. 경로가 될 수도, 혼돈이 될 수도, 심지어는 춤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결과물을 정해놓지 않기 때문에, 작업 과정은 화면과 나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춤으로 대변된다. 민경문바라보는 법24.12.18 - 24.12.29Wed-Sun 13:00-19:0024.12.29 13:00-16:00Mon,Tues Closed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http://www.wwwspace.krhttp://www.instagram.com/www_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