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가죽 공정에서 ‘하이드(hide)’는 소나 말과 같은 대형 동물의 가죽 전체를 지칭하는 단위로, 처리되지 않은 상태의 원피를 의미한다. 반면, 양, 염소, 돼지 등 작은 동물의 가죽은 가공 전후의 상태에 따라 ‘스킨(skin)’ 등의 소형 단위로 불리운다. 닭의 경우 ‘스킨’의 단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크기가 매우 작아 가죽 산업에서조차 별도의 단위를 부여받지 못한다. 닭의 가죽은 소가죽이나 악어가죽과 거의 동일한 가공 공정(수적, 탈모, 할피, 탈회, 연화, 침산 등)을 거치면서도 그 결과물은 얇고 약하며 내구성이 떨어져 실용적 가치가 거의 없다. 특히 한 마리당 고작 성인 남성 손바닥만한 가죽 조각 하나가 생산되는 저조한 생산율은 닭 가죽의 무용함만 남긴다. 오동환은 이러한 닭의 껍질을 가공하여 가죽 조각을 생산하고, 이를 하나씩 손 바느질로 꿰매어내는 치밀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생산물로 전환한다. 작가는 지난한 작업 과정의 결과물 자체가 사용성과 효용을 넘어서는 소모적 공임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생닭의 껍질을 가죽으로 가공하고, 이러한 조각들을 꿰매어 잇는 일련의 작업 과정은 작가 자신이 사진작가로서 느낀 노동의 본질에서 출발한다. 사진작가의 작업은 종종 셔터를 누르는 순간, 즉 촬영의 행위에만 국한되어 이해되곤 하지만, 오동환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촬영 이후 컴퓨터 앞에서 사진을 수정·편집하는 시간에 소모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진작가의 "생략된 노동의 시간"은 가죽 공정과 바느질의 반복적 행위로 전환되어 예술가로서의 시간을 투영한다. 이번 전시는 닭 가죽이라는 물질적 특이성을 넘어 닭이라는 상징적 존재의 위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닭은 "서민 음식"으로 칭송받으면서도, "대기업 명퇴자의 운명은 결국 치킨집 사장"이라는 희화적 상징으로 사용된다. 또한 "치킨 한 마리에 N 만 원 돌파"라는 기사는 현대 소비 구조와 물가의 척도를 좌표화한다. 작가는 이러한 닭의 위치를 자신의 노동과 연결하며, 가죽 공정을 통해 노동의 시간성과 가치, 그리고 결과물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닭 가죽 망토는 온몸을 다 덮을 듯 드리워져 관람자 앞에 놓여 있다. 이 망토는 단순한 의복이 아닌, 작가의 내면을 숨기는 한 겹의 보호막이자 자아를 투영하는 스크린으로 작동한다. 닭 가죽의 물질성과 작가의 노동을 넘어, 현대의 생산과 소비구조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오동환의 닭가죽은 노동의 '가시성'과 '가치'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눈앞에 놓인 사물과 작업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치는지 되짚어보고, 가려진 장막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오동환하이드24.12.04 - 24.12.15Wed-Sun 13:00-19:00Mon,Tues Closed24.12.15 LAST DAY 13:00-16:00WWW SPACE 2 @wwwspace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