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메모러델리아 Memoradelia우연히 시골의 급경사 지대로 들어섰다. 반복되는 커브 길과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고요한 숲. ‘붕괴 위험’이라고 쓰인 표지판. 어느새 나는 거칠고 무성하게 자란 풀을 밟으며 숲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나무 아래 덩그러니 서 있자 어둑한 공간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모종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내가 걸어온 저편으로부터 들개 무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고개를 돌렸다. 오르막길이 서서히 어둠에 잠기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서울 산동네의끝자락, 조그마한 방에서 비디오를 보고 있는 유년기의 내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창고에서 곰팡이가 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다. VCR로 플레이백 된 TV 화면은 자글거리는 노이즈로 뒤덮인 채 잘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음성이 비디오 장치의 둔탁한 소음에 방해를 받으면서 흘러나왔다. 나는불투명한 화면에 가려진 채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그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으면서 죽은, 죽어있으면서 살아있는 듯한 그 감각은 화면 너머 기억의 행성으로 나를 표류시켰다.불안의 기억이 부유하기 시작했다.급경사 지대의 숲으로 표류하는 일과 곰팡이가 핀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일은 경험한 적 없는 기이하고 으스스한 기억 세계를 감지하게 했다. 선명하게 되살아나던 불안의 기억들이 모호해졌다. 수풀 속에서 빛나는거울을 발견하면서 이러한 감각은 증폭됐다. 눈부심을 유발하는 거울은 나의 모습을 잘 반영하지 못했지만,시각적 자극에 머물지 않으면서 그 너머의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게 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 속에서 ‘나’는 붕괴되고 기억 속에서 배경에 머물던 엑스트라들(인간이 아닌 것들)이 기억의 주체로서 힘을 발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엑스트라들이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면서 환각적인 기억 이미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이 부시게부풀어 오르더니 곧 여기저기로 흩어져 내렸다.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나타난 기억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나씩 쌓여가는 기억 이미지들은 수수께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어떤 기운에 가까워 보였다.- 기억의 행성 ‘메모러델리아’ 탐사일지 중에서*메모러델리아 Memoradelia는 memory 기억과 사이키델리아를 결합한 말이다.-사이먼 레이놀즈-<레트로 마니아> p317진원메모러델리아24.12.04 - 24.12.15Wed-Sun 13:00-19:0024.12.15 13:00-16:00Mon,Tues Closed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http://www.wwwspace.krhttp://www.instagram.com/www_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