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모두가 자멸하는 전쟁이면, 이는 비폭력 전쟁인가? 전쟁은 줄곧 부정성의 표상이었다. 실제 전쟁이든, 전쟁이라는 개념어가 상징하는 의미든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은 대부분 나와 타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형태였으며 적은 나의 바깥에 있었다. 적을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자기 마음 속 풍경을 묘사하는 데에 쓰기 시작했다. 분명 우리가 알던 전쟁과는 어딘가 양상이달라진 것이다. 더 이상 나와 타자가 아닌,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된다. 따라서 전쟁의 폭력성은 내면화된다. 폭력의 대상을 외부화시키지 못한 자는 서서히 자멸해간다. 하지만 세상은 고요하다. 얼핏 봐서는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PIRO의 작업은 비폭력에 대한 방법론적 전투와도 같다. 회화-사진-설치를 오가며 그는 하나의 해답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보는 이들을 유도한다. 더 나아가 수렴하는 해답의 존재성 자체에 의문을 품으며, 해야 할 일은 질문에 대해답하는 것이 아니라 답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바로 이런 방식이야말로 비폭력 전쟁을 해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눈을 한 번 깜박이게 만드는 강렬한 원색으로 점철된 건 일련의 의도된 폭력이다. 반면 색을 제외한 작업의 모든 요소는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으며 멀리 우회하는 화살처럼 도달한다. 직관이라는 직선적 방법론과 의미의 전달과정에서 사용된 곡선의 방법론이 긴장감있는 대조를 이루며 자연스레 그의 작업을 보는 이의 머릿속엔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그러나 친절한 답변은치열한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본다’라는 각자만의 기술을 다져봄 직하다. 나는 무엇을 보며 살아가는가? 나에게 보여지는 것들이 폭력의 주체가 된다면 과연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모두가 자멸하는 전쟁에서 어떻게 서로를 구원할 것인가? 우리는 이 전쟁에서 살아돌아가야 한다.임유선B의전쟁24.11.06 - 24.11.17Wed-Sun 13:00-19:00Mon,Tues Closed24.11.17 LAST DAY 13:00-16:00WWW SPACE 2 @wwwspace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