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고안된 상자'전시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고안된 상자>는 프란시스 퐁주의 1942년 작 《사물의 편》 중 '과일 상자'에서 언급한 ‘용도를 다하면 부서지도록 고안된 상자’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무언가를 옮기는 기능을 다하면 부서지도록 고안된 상자는 팝업창처럼 사물과 공간을 쉽게 생산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오늘날의 상황을 예견한 것만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화와 조각은 어떤 소명을 알려야 하는 것일까?빈번하게 건설되고 철거되는 일회용의 공간은 껍데기보다 실한 알맹이를 취하기만 하면 되는 단물의 천국이다. 그러나 실속의 기능은 없지만 물체로서 견고하며 그 존재가 영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회화와 조각은 알맹이와 달리 단단한 껍데기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에 기주연과 신종찬은 동양화라는 장르가 수용해온 연약한 재료를 각자의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껍데기로 만들어 그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다.글: 김이선a.기주연은 드러나는 선과 가리는 선을 반복해서 그린다. 연약한 화선지를 다양한 재료가 수용될 수 있는 그릇으로 사고하는 그는 동양화에서 접착제로 사용되는 것들의 결합물과 먹을 함께 운용한다. 진하게 먹여진 접착제는 마르는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여 종이를 우그러지게 만들고 그것은 표면의 질감으로 드러난다. 여러 번의 붓질로 상이한 두 재료가 혼합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장력을 받아들인 화선지는 사각형의 종이 자체가 변형된 모양으로서의 회화가 된다.b.신종찬은 그려진 선을 해체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한다. 그는 동양화의 장르 속에서 바탕지로 수용되던 한지를 회화적 질료로써 사용하며 동시에 조각적 조형을 탐구하고 있다. 질긴 섬유질로 이루어진 한지에 먹과 접착제를 섞은 반죽으로 다양한 선을 그린다. 회화의 평면에서 생성된 선은 자신을 품었던 땅에서 벗어나 서로를 의지하게 되며 입체의 구조물로 되살아난다. 그려지고 부러지고 다시 결합되기를 수 차례 겪으며 완성된 입체의 구조물은 수묵으로 그려진 무언의 형상을 지칭하는 선이자 공간으로 구현된 물질의 선이 된다.기주연, 신종찬'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고안된 상자'24.03.13 - 24.03.24Wed-Sun 13:00-19:00Mon,Tues ClosedWWW SPACE 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