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앞서는 존재 자체를 감각하는 것처럼, 검은 온도에 찬란한 나의 심연. <Black paradise>는 나의 심연까지 존재함을 인정하는 태도로, 신의 세계는 밝고 아름다운 곳이 아닌 음침하고 어두운 온도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아닐까 라는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의미를 찾기 이전에, 살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어두운 곳. 작품은 천국에 사는 신과 존재들을 표현하는데,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지하고 감각하는 심리적인 물음을 담았으며, 나의 개인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나의 믿음으로 바라보는 세계가 낙원에 펼쳐질 거라는 상상으로 천국의 존재와 상황들을 묘사한다. 그 믿음은, 나의 심연을 성찰하고 통과하면서 얻게 된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기록과 경험들이 <검은 천국>의 재료가 되었다. 관찰 대상이자 작품의 컨텐츠는 ‘나 자신’이었고, 20대 내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억을 통해 이미지적 상상력을 드러낸다. 생존하며 알게 된 ‘존재감’의 개념은, 작품과 거리를 두고 인간이 어떻게 내적으로 충만하거나 결핍감을 가지게 되는지 깊게 관찰하게 해주었다. 작품 속 ‘존재’와 ‘신’에 대한 여러 비밀스러운 은유와 상징을 통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생존하고 존재하고 있는지 물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의 원천이 경험에서 나오는 감각이자 체험이었기에 ‘그림’이라는 매체를 사용했다. 설치나, 사진, 영상보다 재료의 물성과 가깝게 진행되기 때문에 상상한 천국의 모습들을 좀 더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회화적인 매체를 복합적으로 결합해 작품 간 색감의 대비를 만들었다. 대비의 중심인 검은 색과 황금색은 이번 작품 컨셉의 팔레트이다. 황금의 빛을 내지만 어딘가 불안정하고 기묘한 그림들과 검은 색감의 대비는 좌절 속 희망을 찾은 나의 체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Black Paradise>의 작품들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나 자신의 존재감을 기억하며 회복되었던 치유의 경험, 그 감성을 상상과 함께 작품에 녹여낸다. 치부나 더러운 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천국일지라도 존재함만으로 괜찮다고 희망한다. 그렇게 따듯함으로 어둠을 감싸면 검게 그을린 존재들은 결코 누군가에게 무시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가치가 부여된 의미 이전의 ‘존재감’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온전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검은 그들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만져준다. 이처럼 <검은 천국>은 정착하지 못하고 소외되고 부유하는 검은 존재들에게 위로와 안도감을 전하고자 한다. 장윤수'Black Paradise'24.02.28 - 24.03.03Wed-Sun 13:00-19:00Mon,Tues ClosedWWW SPACE 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