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 집 찾기소라게는 이주하는 습성이 있다. 실내 환경, 익스테리어, 단순 변심. 어떤 이유에서든 소 라게는 소라를 새로 고를 수 있다. 소라는 게를 햇볕으로부터 지킨다. 가끔은 죽은 게의 소라를 살아있는 게가 차지한다. 두 마리의 게가 하나의 소라에 들어가기도 한다. <소라 게 집 찾기>는 ‘소라게가 들어간다면, 그 어떤 소라든 소라게의 집’이라는 명제에서 출발 한다.가구가 들어서지 않은 집은 누구의 집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과 어제까지 살던 곳 이라도 집이 비워지는 순간 위화감은 발생한다. 우리는 벽과 기둥, 천장과 바닥, 마련된 옵션을 두고 내 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집으로서의 가능성’이다. 이는 어떤 집 이 ‘내 집’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집과의 라포르(rapport)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안수주와 최서현은 이 라포르를 형성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관계’를 제시한다. 집 안의 구성 요소 간에 발생하는 관계가 ‘내 집’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람-사람, 사람-사 물, 사람-동물, 동물-사물 간에 발생하는 사건과 흔적은 단순히 콘크리트와 벽지로 만들 어진 큐브(house)를 내 집(home)으로 인식시킨다. 두 명의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각자의 경험에 기반하여 표현함으로써 작업에 집을 끌어들인다.안수주의 ‘집’은 사용감 있는 가구와 사물로 채워진다. 안수주는 가족과의 이별을 경험 하고 집 안에 남은 사용감에서 허무와 그리움을 실감한다. 사용감이란 사람과 사물이 어 떻게 관계하였는가에 대한 흔적으로, 그 속성에 따라 다른 궤적을 남긴다. 안수주는 피부 와 가장 긴밀한 섬유-이불과 옷-를 중심으로 그 궤적을 수집하여 사람과 사물이 집 안에 서 맺어온 관계를 드러낸다.최서현의 ‘집’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로 채워진다. 최서현은 반려묘 ‘최백설’과의 관계에 몰입하여 최서현-최백설의 교차된 시선으로 포착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집은 최서현에게 ‘최백설’과 함께 지내며 관찰하는 공간인 동시에 ‘최백설’로 로그인하는 인터페이스로 기능한다.안수주와 최서현은 전시장이 가진 ‘집으로서의 가능성’을 빌려 관념적으로 전시장에 체 류한다. 각자의 ‘집’을 끌어들인 작업은 함께 전시됨으로써 단기적 동거 관계를 결성한다. 낯선 ‘소라’로 규정된 이곳 전시장은 체류하는 작업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지킨다. 끝난 전시의 자리를 도착한 작업들이 차지한다. 두 명의 작업이 하나의 소라에 들어가기도 한 다. 비물질적 집을 탐색하는 이들의 시도는 집의 의미를 확장하고 범위를 유동화한다. 마 치 소라게에게 모든 소라가 잠재적 집일 수 있는 것처럼. 소라게의 모든 경로는 집 안에 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이.글: 김서인안수주, 최서현'소라게 집 찾기'24.02.15 - 24.02.25Wed-Sun 13:00-19:00Mon,Tues ClosedWWW SPACE 21F, 163-5, World Cup-ro, Mapo-gu, Seoul:: wwwspace.kr2@gmail.comhttp://www.instagram.com/wwwspac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