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체 경험을 통해 사유하고 감각한다. 본인은 사물을 감각할 때, 여성으로서의 신체 경험을 투사할 때가 있다. 특히 조개껍데기의 조개 살을 담는 움푹 파인 형태에서는 자궁을, 꽃의 길게 뻗은 암술과 수술 형태에서는 인간의 생식기를 연상했다. 본인은 이 이미지들로부터 유약한 존재임에도 뿜어내는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느꼈다. 이러한 감상을 바탕으로 작품에서 조개껍데기와 꽃을 의인화의 대상으로 보거나 현실과는 다른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박동하는 생명력을 형상화한다. 본인 회화의 주요 소재인 조개와 꽃은 유약한 존재로서 인간에 의해 소비되며, 식용으로써, 심미적으로써 기쁨을 주는 대상들이다. 그렇지만 각각은 독립된 존재로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조개는 진주를 생성하기도 하고, 꽃은 떨어져 열매를 맺는다. 이들은 유약하고 유한한 존재이지만 가치 있는 다음 단계를 위해 생존한다. 본인은 조개와 꽃에 어머니가 출산할 때 고통을 겪는 것 만큼의 의미를 투사한다고 할 수 있다. 한없이 유약하고 유한하다고 볼 수 있는 존재가 끝없는 생명의 고리를 잇는다. 인간과 다를 것 없이 조개와 꽃도 새로운 무엇인가를 생성하기 위해 고통을 겪으며 생(生)을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강인하다고 보았다. 본인의 그림은 이렇듯 유약한 존재가 고통과 인내로 마침내 만개한 순간을 담는다. 화면 속 조개와 꽃은 환영적 이미지로서 만개한 생명력이 영속하는 초현실 공간을 구성한다. 본인은 그려진 대상들이 본인 회화 속에서 영원히 만개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그림 속에 담는다. 본인의 작품은 실재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 아닌,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이미지를 모호하게 표현한다. 이를 통해 그려진 대상에 대한 고정적인 해석을 넘어서서 관객이 자유롭게 새로운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를 두고자 한다. 이렇게 화면에 그려진 이미지는 현실의 실재와는 다른, 환영적 속성을 갖게 된다. 본인은 그림에 환영적 속성을 입히기 위해 몇 가지 장치들을 구성했다. 첫째, 프레임 속 그림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림의 공간을 현실과 분리시켰다. 프레임으로 인해 그림이 환영적 속성을 갖는 것이 강조된다. 또한 사각의 프레임 뿐만 아니라 진주조개 외곽 형태를 프레임의 장치로 사용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둘째, 이미지의 이중성을 통해 환영적인 요소를 부각한다. 본인이 회화에 나타낸 이미지의 이중성에는 이미지가 갖는 의미의 이중성과, 이미지 성격의 이중성이 있다. 의미적 측면에서 이미지 이중성으로 유약한 대상의 강인한 생명력을 들 수 있다. 이미지 성격의 이중성으로는 그림 속 배경이 공간으로 읽힐 수도, 붓질의 흔적으로 인한 평면의 질감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로 이미지를 평면화(平面化) 시킴으로써 본인의 회화가 환영임을 드러낸다. 본인 작품 속 꽃은 만개하여 벌어진 모습으로, 조개는 조갯살을 펼쳐 보인 모습으로, 평면성이 강조되어 그려진다. 이미지의 평면화는 그리는 대상의 입체감이나 명암, 원근법을 제거하고 단순화한 형태 위에, 표현적이고 자율적인 붓질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그림 속 환영적 장치 및 구성들과 함께, 촉각적 시각에 의한 촉각적 표현과 유동적 붓질은 본인 회화의 환영성을 더욱 강조한다. 본인은 꽃과 조개를 환영적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촉각적 시각을 화면에 반영하려고 한다. 촉각적 감각은 피부에 맞닿음으로써 일어나는 감각 뿐 아니라, 뾰족한 형태를 보고 찔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시각을 통해서도 일어나게 된다. 또한 붓질의 흔적, 흘러내린 흔적도 의도적으로 남김으로써 붓질이 행해졌던 시간, 즉 꽃과 조개가 본인의 회화에서 만개하는 순간을 담았다.평면 위의 촉각적 시각의 표현은, 관찰자와 작품 간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멀리서는 대상의 재현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재현적 이미지보다 유동적인 붓질의 흔적이 보인다. 유화의 유동적 특성을 살린 자유로운 붓질은 우연히 색이 섞이거나 겹쳐지고, 물감이 흘러내리는 과정을 통해 순수한 회화적 이미지를 만든다.초기에 본인은 사물의 외형을 그리는 데에 집중하고, 그림의 구성적 측면이나 구상적 측면을 더 많이 고민 했다. 그러나 후기로 가면서 붓질이 손에 익고 나의 몸과 일체화 되어가며 외곽은 흐려지고, 평면 위의 회화 자체의 언어를 비로소 느낌에 따른 쾌감을 경험하게 되었다. 전시 작가 : 김나우전시 제목 : <만개한 순간>관람 기간 : 23.08.02 - 23.08.13 / 1-7pm / 월화 휴관 전시 /마지막 날 8월 13일 1-4pm전시 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