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의 두터움: 해체와 총합의 정세도 변화 속에서 콘노 유키 여기에 사람이 있다. 그라는 존재를 우리는 어떻게 인식할까? 사람을 아는 것은 내면과 외견, 세부와 전체를 아우른 총합에서 도출된 결과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표정이나 신체 특징들로 전체적인 이미지는 만들어진다. 이는 남을 이해할 때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MBTI가 그렇듯이 나를 내가 이해할 때 또한 마찬가지로 내 성격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다음, 그 중 특징적인 것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다.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특징—사람에게 있어서 인격이란 세부를 전체적 이미지로 강화한 정세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또렷한 이목구비나 MBTI 검사는 전체 중에서 눈에 띄는 점을 뽑아낸 다음, 그 이미지를 다시, 그러나 강화하여 전체상으로 만든 것이다. 세부는 전체상 곧 전체적인 이미지에 기여한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분야인 초상화는 사람의 얼굴을 단순히 그리는 대신—설령 단순히 그린다고 해도 “그 사람을 표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사실적인 묘사는 ‘보이는 것 그대로’에 인격의 표현 문제를 따라오게 한다. 그 얼굴에 그 사람의 성격, 마음, 인격이 묻어나올 수 있기를 바랄 때면, 초상화를 둘러싼 ‘사실성’의 문제를 생각 안 할 수 없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일 천재영의 작업은 초상화를 둘러싼 ‘사실성’의 문제를 다루는데, 그렇다고 얼굴을 파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 그와 달리 작업에서 초상은 언어의 분류에 따른 구성물임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얼굴을 해체하여 보여주는 대신, 작가는 초상 주변에 관련 키워드를 배치하여 화면에 담는다. 이 키워드는 작가가 인터넷으로 해당 인물을 검색하면서 나온 키워드들인데 그 글씨체를 보면 옛날 잡지를 떠올릴 수 있다. 이 ‘올드한’ 화면은 단순히 올드함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투영된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검색한 키워드에 따라 나온 수식어와 이미지들이 배치된 평면은 제각각 놀고 있는 인상을 주고 한 초상의 전체상에서 시선을 멀어지게 만든다. 플레이어가 되어 게임 속 도시를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이 느꼈다고 말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은 그의 평면 작업에서 실제같이 느끼는 일, 바꿔 말해 현실감(리얼리티)을 구성하는 일로 이어진다. 작품에서 현실(적 )감(각)은 한 존재, 즉 캐릭터를 두고 이 실제 인물, 주인공, 등장인물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주목한다. 작가가 초상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초상(화)라는 것을 해체할 때, 그는 시각 정보 자체를 해체하는 대신, 특성이나 성격처럼 말로 표현되고 그 대상을 식별하는 언어적 도구를 통해 해체한다. 작가에게 초상(화)의 해체는 판화를 전공하고 실크스크린을 실제로 다루는 작업 방식에서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작가가 말하는 ‘정보’란 제작 과정에서 소재를 인터넷에서 모으고 프로그램상에서 배치를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 국한되지 않고 실크스크린 작업에서 CMYK로 분류된 잉크로 찍어내는 표현까지 아우른다. 물감의 표현과 다르게, 평면상에서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기록된 이미지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하나가 된 색과 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작가에게 정보란 그 캐릭터=인물상을 둘러싼 언어적 정보뿐만 아니라 소재를 취합하여 배치를 시도해 보는 노트북 모니터, 작가가 관심을 두는 인쇄된 잡지, 그리고 잉크로 작업하는 실크스크린처럼 색깔의 작은 알갱이를 가지고 시각 정보를 구현하는 요소 또한 해당한다. 천재영의 작업에서 언어적 정보와 색깔의 알갱이 두 요소는 그 인물을 시각 정보를 구성하고 동시에 해체하는 것으로 다뤄진다. 작가에게 현실감은 사람을 앞에 두고 내면과 외견, 세부와 전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세도에 따라 현실처럼 와(서) 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표현 대상이 만화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냐 유명인이냐에 따라 현실감이 키워지는 과정은 다르겠지만, 둘 다 정보를 부분적으로 선명하게 가지기만 하면 지배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는 점을, 작업 과정에서 보여준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작품에 있어서 해체는 흩어지는 것과 집중되는 것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정세도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단번에 보고 아는 ‘그 인물임’은 표현된 그대로 알지만, 주변에 달라붙은 글씨나 그 옆에 증식한 관련 이미지는 잡지 표지처럼 제각각 독립적인 정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던 찰나, 글씨체의 올드함은 키워드의 식상함이나 뻔함으로 연루되어 화면 전체의 이미지를 다시 (그 대상을 향해) 만든다. 해체와 총합이 반복되는 평면에서 실체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세부가 강화되고 전체를 지배하는 특징들이 널려 있기에, 실체는 더 두터워질지도 모른다—가상의 존재나, 실제 인물이나 상관없이. 전시 작가 : 천재영전시 제목 : <어나더 리얼>관람 기간 : 23.07.19 - 23.07.30 / 1-7pm / 월화 휴관 전시 /마지막 날 7월 30일 1-4pm전시 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