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WWW 창작 지원 하반기 공모 100% 선정 작가 '돌기로 솟은 미움' '돌기로 솟은 미움' 은 일상 속 감정이 폭발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다. 끙끙 묵혀있던 돌기가 터졌다. 나는 그리 화가 날 상황도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분노를 퍼붓고 싶었는지 모르게 마구 화를 냈다. 울며 소리 지르던 그날의 기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왜 느닷없이 마구 벅차올라 울분 터지듯 감정을 배출했는가. 거스르고 거슬러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울던 내 입은 틀어막혀졌다. 배출되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 돌기로 솟았다. 과거의 미움은 어떠한 해소도 못 한 채 찜찜한 여드름이 피부에 오르듯 빵빵하게 차올라 발갛게 부어오른다.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을 생각이 없이 여전히 부풀어 있다. 충동적인 감정 분출의 경험을 과거의 기억과 결부시켜, 어릴 적 감정이 억눌렸던 경험에서부터 비롯된 해결되지 못한 내면의 응어리를 솟아오른 돌기로 보여 준다. 어린 시절의 환경은 한 아이의 복잡다단한 성향을 일군다. 내가 자란 가정환경 속 욕구 해소의 부재는 방어적, 수동적, 의존적인 ‘성인아이’로 자라게 했다. 미움을 품은 돌기는 내가 상처받지 않게 바깥으로 향하는 가시이자, 내가 의존하는 부모의 영향이며, 동시에 나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결핍으로 남아있는 응어리는 천으로 둘러싼 솜인형으로 표현된다. 인형은 아이가 어릴 적 보호자의 부재 속 안정감을 찾기 위한 보호자와 동일시 하는 대상으로써 작품 속 ‘성인아이’인 본인이 의존하는 부모와 환경이 투영돼 있음을 나타낸다. 돌기 형태의 인형은 내가 품은 미움과 그 미움의 대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양가적 모습을 보여준다. 천을 자르고 가득 고인 미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반듯하고 틈이 없게 손바느질한다. 바느질은 천을 뚫는 아픔과 다시금 봉합하는 치유가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살갗 같은 천을 바늘로 여러 번 꿰어내는 행위는 과거를 자꾸 상기하고 들춰내어 돌기의 외피를 단단히 만든다.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시간을 들여 돌기의 구석구석을 쓰다듬는다. 일련의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통해 자아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과정 속 되뇌임은 어린 시절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해결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이해로 인해 미움의 기억은 옅어지고 책할 곳을 잃은 채 방향을 상실한 돌기는 부푼 채 존재한다. 미움의 대상은 사라진 채, 경계심만 남는다. 잔뜩 부어오른 돌기는 불현듯 터지지 않도록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괴이한 가시와 현란한 색으로 위험성을 표한다. 덥수룩하게 난 털은 치부가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하며 숨는다. 전시 작가 : 함현영전시 제목 : <돌기로 솟은 미움>관람 기간 : 23.07.05 - 23.07.15 / 1-7pm / 월화 휴관 전시전시 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