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과 나 전시 <감자튀김과 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자기 존재와 삶을 지켜내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유난히 길고 눅눅한 감자튀김 한 가닥만큼이나 유난히 길고 눅눅한 개인과 선형의 일상. 그 눅눅한 시간을 견디고 살아내기 위해 세 작가가 강구해 온 생존 방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매달 날아오는 가스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최서희는 말했다. “태양, 너도 날 배신할 거나.”실존의 밑바탕인 식과 주가 갈수록 첨예화되어 기본권으로부터 분리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작가는 세상에 태양을 빌어 쓰지 않기 위해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태양이 닿지 않는 곳에서 눅눅함과 컴컴함을 양수 삼아 생장하는 야광 버섯 – 받침애주름버섯 - 의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빛나는 균류. 빛이 없는 곳에서 자라나 자체적인 빛을 생산하기에 더 경이로운 삶의 형태다. 작가는 세상에 그 무엇도 빌리지 않아도 되는, 현대사회가 배반한 온전한 삶에 대한 갈망을 그려냈다. 황서현은 먼 미래에 약속을 갱신하지 않아도 되는 집을 갖게 된다면 그 집에 두고 싶은 가재도구를 구비했다. 부재중인 집주인이 돌아올 그 날을 위해 메시지를 남겨두라는 전언(<큐리오시티 살아있다>), 빈집에 남아 끊임없는 기도와 수행을 반복하는 노트북(<Hello Nirvana>), 심약한 집주인을 위한 임종 연습(<안티에이징 도브>), 점멸하는 시야를 취조하는(<서치라이트>). 모두 집주인인 ‘나’의 안녕을 기원하고 증명하고 대신할, 최후의 폐허 같은 가재도구들이다. 김조류는 노동을 통해 실존을 확인한다. 내 일, 내 노동에 참여하는 한 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 그 노동의 결과를 보고 미학적 체험을 하든 여타의 생각을 하든 혹은 그냥 지나치든지 간에 분명한 것은 그 시간, 그곳에 김조류는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노동이란 우리 시대에 실존을 위태롭게 하고 병들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자신이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그러한 실존적 행위들로 빚어진 김조류의 작업은 김조류의 실존을 증명한다. 물질 대 물질, 몸 대 몸,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한 매체와 김조류 사이에서는 생생한 작용이 일어난다. 그 작용 자체가 양측의 실존을 대변한다. 해안가의 퇴적물이 지금은 사라진 바다의 실존을 상기시키듯 말이다. 위협받는 실존의 시대다. 머리 위의 태양을 빼앗기고 디딘 땅은 조각난 파이가 되어 내 몫 없이 사라져버렸다. 가느다란 인간을 위해 지지대가 되어줄 것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가느다란 실존은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흔들리는 가닥들이 아득바득 삶을 세우는 방법을 말하고자 전시를 열었다. 어쩌면 맞대고 맞대다 보면 감자튀김을 단품으로 팔게 된 날처럼 우뚝 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스스로가 눅눅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잠시 이들의 삶에 기대 지지받고, 또 힘을 덧대주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하는 마음으로 전시의 서문을 연다. 이정연現) 재단법인 아름지기 큐레이터 전시 작가 : 김조류, 최서희, 황서현전시 제목 : <감자튀김과 나>관람 기간 : 23.02.15 - 23.02.26 / 1-7pm / 월화 휴관 전시 / 마지막날 2월 26일 1-4pm전시 장소 : WWW SPACE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 6길 37, 지하1층)